지역감정이
대한민국의 지역감정
따위는 애교로 보일 정도로, 단순한 감정의 대립을 넘어선다. 특히 이탈리아는
유럽권 국가 중
지역감정이 가장 심각한 편에 속한다.
나무파일:external/cdn2.spiegel.de/image-257395-galleryV9-tqft.jpg나무파일:400px-유럽지역_GDP맵.jpg이 지도들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남북간 소득격차는 반 세기 동안 분단되었던
동독과
서독 간 격차보다도 크다.
나무파일:x3Ungfb.jpg나무파일:urk8QTD.jpg출처. 이탈리아의 행정구역별 가처분소득을 살펴보면, 북부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근엔 계속되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북부조차 독일, 영국, 프랑스 평균보다 낮은편), 남부는 그리스, 포르투갈, 헝가리와 비슷하다.
이탈리아는 북부와 남부의 소득격차가 워낙 심해서 양측의 대립이 상당해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이탈리아 남부의 1인당 GDP는 PPP 기준으로 2만 달러에 불과해 남한의 2/3 정도에 불과하다.
헝가리와 흡사한 정도. 반면 북부, 특히
롬바르디아 지역은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부유한 지역에 속한다. 이탈리아의 20개 주 중 가장 부유한
롬바르디아와 가장 가난(?)한
시칠리아의 1인당 소득 격차는 2.1대 1이다. 2014 년 기준,
미국의 50개 주 중 1인당 GDP 66,160달러로 가장 부유한 주(
알래스카)와, 31,551달러에 불과(...)해 가장 가난(?)한 주(
미시시피)의 소득 격차와 비슷한 수준이라고는 하나, 이탈리아는 국가 규모와 주의 수에서
미국보다 많이 작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지역간 소득 격차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14] 이탈리아의 경제 수준이 대한민국과 비슷한 이유가 이런 것인데 북부지방은 독일 뺨치게 잘 사는 반면 남부지방은 굉장히 허접한 경제력으로 악명높아 두 지역이 같은 나라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소득격차가 지역과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보통 도시 지역이 높고 농촌 지역이 낮거나, 혹은 자원이 나는 지역이 높은 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탈리아는 그냥 도시고 시골이고 상관없이 북부 지역이 높고 남부 지역이 낮다. 가령 남부의 대도시 지역인
나폴리나
팔레르모 지방의 지역 총생산은 북부 지방에서 가장 1인당 지역총생산이 낮은 지역인 임페리아(Imperia)나 베르바노-쿠시오-오솔라(Verbano-Cusio-Ossola)보다도 낮다.
소득격차 이전에 현재의 이탈리아 영역으로의
통일이 역사적으로 최근(1861년)에 일어난 일이고 그 이전엔 서로간의 동질감이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남남이었다.
[15][16] 그래서인지
베네치아,
제노바,
밀라노와 같이 옛날에 잘 나가는 공화국이 있었던 도시에는 공화국의 부활을 꿈꾸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소수 정당이 있다. 이런 점은 이탈리아에서도 어느 정도의 자치를 인정해준 사르데냐와 베네토에서 특히 심하다.
언어 또한 다르다. 이탈리아 북부의 언어는
프랑스 남부와 오히려 유사하며,
[17] 남부의 언어는 북부보단 차라리
루마니아어와 가깝다.
쥐트티롤 같은 아예 독일어가 우세한 지역도 있다.
통일은 이탈리아 반도 북부와
사르데냐 섬을 다스리게 된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남부 사람에겐 "하나된 이탈리아"라는 대주제보다 '지배자가 바뀌었을 뿐'으로 비춰졌다.
[18] 실제로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이탈리아 중남부의 역사는 끝없는 외세의 강점이었다. 근대 이전서부터 북부와 남부는 경제력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는데, 북부는 중세시절부터 도시산업의 발달과
부르주아의 성장, 시민 사회의 형성이라는
서유럽의 전형적인 코스를 밟은 반면에 남부는 오랫동안 농경사회에 정체되어 있었고 봉건적인 체제 아래에 있었다. 게다가 북부에는 초기 산업혁명 시대의 동력원인 수자원도 풍부했다. 산업혁명하면 떠오르는 것은 물론 증기력이지만 수력은 2차 산업혁명 때에도 여전히 중요했다. 포강은 물이 풍부하다 못해 논농사 하는 동네고, 그 결과 북부는 19세기 초중반에 이미 실크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면직-실크가 수력에서 증기력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시기가 1790년경이고, 그 이후에도 수력이 여전히 중요했단 것을 생각하면 거기에 철도를 보완, 혹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하던 당시 하상수송능력을 생각하면 인프라에서 우월하다. 거기에 피에몬테나 북부 지역만 봐도 초기 산업혁명에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철도연장률이 남부에 비하면 넘사벽이었다. 또 인구가 많았기 때문에 남부에 비해 시장규모도 컸으며 북부는 풍요로운 서유럽 시장에의 접근성이 높지만, 남부는 주변 경제권 버프도 없다. 한 마디로 모든 산업 발전 조건이 북부에 유리했다.
또한 북부는 포 강을 낀 비옥한 평지를 끼고 있지만
[19] 남부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에 땅은 척박하고 화산까지 끼고 있으며
북아프리카발 사막화까지 진행되는 중이다. 이러니 인구를 부양할 농업혁명의 성과도 당연히 북부의 압승. 이런 이유에다 기본적인 공업화의 차이까지 나니 북이탈리아의 유명 지역들은 2005년 포브스의 조사에서
유럽 연합의 159개 지역 중
빈, 런던, 함부르크, 일 드 프랑스, 바이에른, 스톡홀름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도시들과 함께 가장 부유한 10개 지역 안에 들었고 2009년의 조사에서도
런던,
브뤼셀,
프라하,
룩셈부르크,
일 드 프랑스 등과 함께 30위안에 드는 기엄을 토했지만 남부는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그리스의 빈곤한 지역들과 비교당하면서 가장 가난한 10개 지역 안에 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게다가 남부의 실업률은 북부의 7배가 넘어 온갖 범죄와
마피아들이 남부에 창궐하고 있다. 이는 체제가 달랐던 과거
동독과
서독 간의 경제적 격차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기후 차이 때문에 요리 문화도 꽤나 다르다. 북부는
쌀과
옥수수농사가 가능해서
리소토와 폴렌타를 주식으로 먹고 파스타도 생파스타 종류가 많으며
버터도 아낌없이 쓴다. 반면 남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건조 파스타와 포모도로,
올리브유 위주로 먹는다. 당연하지만 음식 문화를 갖고도 서로 편견을 갖는 사례가 굉장히 잦다.
나무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640px-Basilicata_Matera1_tango7174.jpg이탈리아 남부가 얼마나 가난한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1970년대까지만 해도
[20] 최남단 바실리카타주 마테라(Matera)란 지방
[21]에서는 대다수 주민들이 'Sassi'라고 불리는 허름한 동굴집에서 살았고(위 사진) 심지어 어떤 집은
한국으로 치면 달동네 쪽방보다 좀 더 큰 크기의 방에다 커다란 침대, 옷장, 가스렌지 정도만 두고 온 가족이 거기서 다 살았을 지경(...)이었다고 한다.[22] 다행히도 저 동굴마을은 현재 아무도 살지 않게 되면서 관광지화되었다.
좀 더 알고싶다면 여기를 보자이탈리아 정부는 남부를 지원하기 위해 수많은 경제 정책을 세웠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북부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그에 따라 "차라리 갈라서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바로 움베르토 보씨(Umberto Bossi)를 당수로 하는
북부 동맹(레가 노르드)이다. 이들은 '파다니아(Padania)'란 국명으로 북부의 완전 독립과 연방제를 주장했고, 세금은 많이 내면서 효과는 없는 현상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이 정당의 지지율은 그저 그런 수준이지만 이탈리아의 남북문제가 얼마나 골이 들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이발사의 90%는 남이탈리아 출신이기 때문(…)
[23]이라 남북 이탈리아가 쪼개지면 북부 이탈리아 사람들은 머리도 못 깎는다는 우스개가 있기는 하나, 사실 북부 독립주의자들의 속내는 남부와 북부가 분할되더라도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남부 출신의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의 형태로 계속 활용할 수 있으니 상관없다는 것에 가깝다. EU내에서는 인력이나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우니까... 오히려 사회보장을 해줄 필요가 없어지니 더 싸게 부려먹을 수 있고, 남부의 사회보장이나 기간시설 정비에 북부의 세금이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북아프리카 출신 밀입국자나 사막화 문제 역시 남부에 떠맡기겠다는 속셈이다. 이런 북부 독립주의에 대하여
움베르토 에코는 '보통 부자들이 가난뱅이를 뜯어먹지, 가난뱅이가 부자를 뜯어먹으면 왜 가난뱅이로 남아있겠냐?'고 비꼰 바 있다. 이탈리아의 이런 배경을 주제로 한 만화가 있는데 바로
건슬링거 걸이다.
[24]덤으로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 지역은 최근의 경제난 때문에 독립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으며
쥐트티롤 지방도 꾸준히 분리주의 운동이 나타나는 곳이다. 쥐트티롤은 1차 세계대전까지, 즉 20세기만 하더라도 쥐트티롤은 원래 오스트리아 땅이고 아직도 독일어 화자가 우세한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지역이였던 베네치아 등과는 상황이 또 다르다(...).